나는 지금 홀로 맥주 잔을 기울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요즘같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뿌듯할 때가 없었다. tv 뉴스나 유투브에는 연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내용들이 쏟아진다.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 앓이를 하고 있다. 지나온 역사의 어느 시대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었던가!

​우리의 경제력과 국방력, 외교력이 강화되면서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한국에 대해 가르치고 배우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런 사태를 보면서 한국인, 우리는 과연 누구이며, 우리의 어떤 점이 전 세계인들을 이렇게나 매혹시키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이에 오래전 한국인의 특성과 정체성(?)에 대해 느꼈던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한다.

​그것은 나의 20대 시절,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겪었던 일이다. 내가 살던 터전을 벗어난 외지에서 우리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에피소드 1

호주에서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호주 생활 경험이 짧은 이들은 외국인, 한국인 가릴 것 없이 여러 정보에 대해 물어왔다. 그런데 여기에서 난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물어오는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어디에 가면 Exciting 한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Making Money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신기한 것은 예외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신기해서 이후 만나는 친구들은 무엇을 물어올지 실험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았으나 결과는 거의 다 똑같았다.

​돈을 버는 목적도 달랐다.

외국 친구들은 자신이 계획했던 여행을 위해 돈을 벌었고, 일정한 돈이 모이면 미련없이 자신의 여행을 위해 떠났다. 그럼 한국 친구들은 어떠했을까?

​그들은 원했던 여행이 있었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돈벌이가 잘 되면 애초의 계획은 뒤로 미루거나 없었던 것으로 하고 돈을 더 벌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작 20대 초중반밖에 되지 않은 젊은이들인데도 사고의 차이가 현격했다. 우리가 받는 교육, 관습, 사회 시스템 등의 문화가 우리의 사고나 가치관을 이렇게도 다르게 만들 수 있음을 보며 문화라는 것이 정말 심각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에피소드 2

역시 에피소드1과 비슷한 맥락의 얘기다.

농장에서 일할 때 겪었던 일이다. 아마 고구마 순을 관리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호주의 농장에서는 일꾼들이 직접 자신들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 간다. 우리의 새참에 해당하는 티타임(tea time)에는 주인이 마실 차와 비스켓 등을 준비하지만 점심은 일꾼들 각자가 준비한 식사를 펼쳐놓고 함께 먹게 된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밭을 걸어나왔다. 그런데 저 멀리 한국 여자 3명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수퍼바이저가 나에게 “저들은 왜 안 나오냐?”고 물어왔다. 그날 농장에서 처음 본 친구들이고 일하느라 통성명도 못한 사이였기에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수퍼바이저는 “날씨가 더워 점심을 먹고 일해야 한다.”며 그들을 불렀다.

​그들 중 대표 한 명이 우리 일행들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선뜻 “우리는 밥 안 먹어도 되니까 계속 일할게.”라고 하는 것이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우니 일을 더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를 본 프랑스와 네덜란드 여자애가 양손을 벌리며 어이없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이런 데 와서 꼭 돈에 대한 집착을 얘네들(외국애들)앞에 보여야 되겠니?’하는 야속함과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사실 일할 때 보면 외국 여자애들은 건성건성 한다. 조금 힘든 것 같으면 밭둑에 나와 어슬렁거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한국 여자애들은 달랐다.

​결국 수퍼바이저는 점심시간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무엇이 우리 한국 젊은이들의 삶의 여유를 빼앗았는지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다. 왜 이리도 우리는 치열하게 살아가야만 하는지,……

열심히 사는 것이, 먹을 게 없어 배곯았던 부모 세대의 삶을 보며 은연중에 배운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우리 한민족의 유전자에 부지런함이나 어떤 열정이 녹아있어서 그런 것인지,……

​당시 이런 친구들을 보며 다소 안타깝게 생각했었지만 사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나 또한 시간제보다는 능력제 일당을 선호했고, 외국 친구들과의 경쟁에선 거의 매번 이기곤 했으니까. 당시 Korean Boy는 Hard Worker로 통했다.

역시 우리는 한국인!

​현재 한국은 당시보다 훨씬 부강한 나라가 되었다. 서울은 미래 도시라고 할 만큼 외국인들이 반드시 와 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치열하게 살아내고자 한 우리 한국인 모두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풍요의 시대!

여전히 우리 젊은 친구들은 열심히 산다. 누구는 취업을 위해, 누구는 삼삼오오 모여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며, 또 누구는 SNS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각자의 삶에 치열하게 임하고 있다.

​열심히 사는 게 나쁠 건 없다.

다만 그것이 외부 경쟁의 산물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존중과 예의에서 나온 것이길 바랄 뿐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연민과 동시에 더 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싶다.

​우리는 더욱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역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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